지난 1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주도한 공로로 세계애견연맹(WDA)으로부터 ‘골든 도그 어워즈(Golden Dog Awards)’를 수상한 국회의원들이 총 15만 달러(약 2억원)의 상금 수령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제도 주무 부처인 국가권익위원회가 해당 상금이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금지된 ‘금품’에 해당하느냐는 질의에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상 의원들은 상금을 동물보호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동물복지국포럼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박홍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WDA가 주는 골든 도그 어워즈의 상금(1인당 5만 달러) 수령를 포기했다고 한다. WDA는 21대 국회에서 ‘개식용 종식법’을 대표발의하고 법안 통과를 주도한 세 의원에게 지난달 25일 상을 수여했다.
의원들이 상금을 포기한 이유는 권익위가 상금 수령 가능 여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8조 3항은 공직자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초과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예외적으로 수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권익위는 한정애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포상 지급 경위, 목적, 기준, 절차, 운영 방식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인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권익위 담당자는 이후 대면 보고에서 “안 받는 게 좋다”며 “권익위는 개별적 사안에 대한 법 규정을 해석할 수 없기에 해석이 필요하면 법제처에 문의하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의원 개인 계좌로 상금을 받아 지역구가 아닌 곳에 기부한다면 정치자금법상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고도 결국 상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상금 전액을 사육곰의 ‘생추어리’(동물 보호구역) 이전 지원 등 동물보호 활동을 위해 기부키로 했던 계획도 무산됐다.
한 의원은 “명품백 수수는 괜찮고, 국제사회가 공로를 인정해 수여한 상금을 받는 건 안 된다니 불공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권익위의 형식적인 법 적용 탓에 어렵게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를 지원할 기회가 차단돼 애석하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수령자들이 사회상규상 문제 없는 금품이라고 확실히 입증할 수 있으면 받아도 된다”며 “권익위가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개별 사안을 일일이 판단하긴 어렵다. 신고가 들어올 경우 사후적인 판단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