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개인 용도의 코로나 진단 장비를 몰래 보내줬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는 미국도 진단 장비가 부족할 때였다.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시간)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전쟁(War)’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푸틴에게 미국 애벗사의 진단 장비를 보냈다. 푸틴은 트럼프에게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진단 장비를 보내준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푸틴은 코로나 확산세로 엄청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퇴임 후에도 푸틴과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2021년 백악관을 떠난 뒤 트럼프와 푸틴 간 여러 통화가 있었고 어쩌면 7번이나 통화했을 수 있다”고 썼다. 특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막으라고 공화당에 압박을 가한 시기에도 푸틴과 통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마러라고(트럼프 자택)에 가는 것은 북한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트럼프가 입장할 때마다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었고 2024년 대선 후보로서도 같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폭로로 트럼프의 백악관 재탈환 여부를 결정할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드워드의 책 내용에 대해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