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마을은 동화와 예술, 낭만이 공존하는 작은 유럽풍 마을이다. 쁘띠프랑스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테마로 2008년 개장했으며, 이탈리아마을은 피노키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제로 2021년 문을 열었다.
청평역에서 북한강을 따라 10여분 차로 달리면 산자락에 알록달록한 예쁜 집들이 동화책 속 그림처럼 자리 잡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두 마을은 오래전 가슴속의 꿈을 이루려 한 한홍섭(78) 회장의 순수한 열정으로 사재를 들여 탄생한 곳이다. 한 회장은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동화의 세계를 현실에 펼쳐 보였다. 특히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마을의 기와, 전시품, 타일 등은 현지에서 어렵게 수입해 테마파크를 더욱 정교하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두 마을은 관람객들의 안목을 넓히고 교육적으로 볼거리 가득한 문화마을로 변화했다.
-처음 프랑스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젊은 시절 그림을 좋아해 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처음 갔을 때가 1981년이니 40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신광페인트공업 대표로 사업상 기술제휴를 위해 이탈리아로 출장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프랑스를 경유하는 여정이라 오가는 도중 2~3일 정도 머물면서 정이 들었다.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프랑스 문화에 매료됐다. 갈 때마다 화랑과 미술관을 구경하며 매력을 느꼈다. 프랑스 문화마을을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유럽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세 번째 방문 때부터 작은 그림이나 미로, 뷔페의 판화 등 소품을 사서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후 조각 등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수집 품목이 다양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수익이 나기는 어렵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
-두 마을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1988년부터 프랑스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전시를 염두에 두고 수집했다. 2년간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 마을 분위기를 재현할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1996년 12만2000㎡(3만7000여평) 땅을 매입했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청정지역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40여년간 운영해 오던 페인트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시기에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기존 페인트 회사 고객사들이 부도를 내면서 자금조달 등 어려움을 겪어 착공이 늦어졌다. 땅 매입 후 2년이 흐른 1998년에야 가평군으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았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프랑스 수도 파리 남쪽의 오를레앙 지방을 참고했다. 기후와 경치가 좋아 유명한 옛날 성과 현대인의 별장이 많은 지방이어서 프랑스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철 많은 눈 때문에 지붕이 45도가량 뾰족하게 솟아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어린왕자’도 모티브로 삼았다. 준비 초반에는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다. 대부분 60대에 접어들면 사업을 정리하는 시기인데, 오히려 현장에 더 매달리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외국인 관광객의 명소가 됐는데 소감은.
“개장 얼마 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찍었다.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후 계속 건물을 증축하고 전시물과 공연 등을 보강했다. 이제는 보고 느끼고 즐길 것이 제법 늘어나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진 듯해 뿌듯하다. 개관 첫해 12만명을 기록한 방문객은 5년 만에 60만명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그때만 해도 방문객의 90% 이상은 내국인이었다. 2014년 방영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하면서 촬영지 중 하나였던 쁘띠프랑스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이 상당수였지만 요즘은 대만과 홍콩 등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애착이 많이 가면서 자랑하고 싶은 곳을 고른다면.
“구석구석 애착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오르골관이 특히 많이 간다. 150개 정도 모으는 데 큰 노력과 비용을 들였다. 그만큼 바라볼 때마다 보람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마리오네트 공연장도 못지않다.”
-관람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수익보다 보람이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일례로 공연이 모두 무료다. 이곳 방문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이곳의 골동품과 인형(마리오네트), 소품, 조각품, 그림 등은 물론 목조 가옥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며 직접 가져왔다. 19세기에 지은 프랑스 가옥을 공수해 온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을 비롯해 상류층에서 100년 이상 3대에 걸쳐 사용된 옛 가구를 들여와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메종 드 마리’와 ‘메종 드 장’도 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이곳의 건축물과 다양한 전시품 등의 가치와 국내로 들여오는 데 들인 노력을 알아준다면 더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올해 눈여겨볼 행사로는 어떤 것이 있나.
“쁘띠프랑스에서 올해 처음으로 2024 세계오르골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오르골하우스 재단장 개장과 함께 쁘띠프랑스만의 명물이자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오르골 150여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중심의 세계적인 오르골들의 다양한 종소리, 조화롭게 울려 퍼지는 금속 실린더 소리와 함께 19세기 유럽 그 시절로 떠나보는 세계오르골시연&설명도 매일 현장에서 진행된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각박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감성을 되돌려주는 곳, 일상에서 탈피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함과 동시에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곳, 교육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곳으로 이어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간 부족으로 전시되지 못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 많다. 공간을 늘려 더욱 많은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그동안 아껴주신 고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더욱 알차고 멋진 국제적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다.”
가평=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