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덫에 갇힌 한국 경제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의 ‘FTSE 러셀’로부터 3대 채권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인정받았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위에 오른 지 네 번째 도전 끝에 거둔 성과다. 실제 지수 반영 시점은 내년 11월로 1년가량 남았지만, 이 소식 자체만으로도 하강 국면인 국내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26개 WGBI 편입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2%로 영국(4.8%)·스페인(4.0%)에 이어 9번째 국채 투자처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WGBI 추종 자금이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560억 달러(75조원) 가량이 국내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 금리와 환율 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수 펑크에 따른 재정난으로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201조3000억원)의 국고채 발행을 예고한 정부로서는 이자 비용을 크게 덜게 됐다. 고금리에 시달려온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로써 한국은 블룸버그-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와 함께 양대 선진 채권지수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뤘지만, 기업 자금 직접 조달의 다른 한축인 주식시장 상황은 순탄치 않다. 한국 증시는 이번 FTSE 러셀의 주식시장 분류에서 선진시장 지위를 유지했으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국제적 비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국제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시장 유동성과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는 일본, 홍콩, 대만과 같은 아시아 주요 증시에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내 투자자들까지 외면하고 미국 등 해외증시로 이탈하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FTSE 러셀이 공매도 재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세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채권시장의 안정성과 증시의 유동성은 자본시장 선순환과 신뢰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FTSE 러셀의 다음 시장 분류가 내년 4월로 예정된 만큼, 공매도 금지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의 전반적인 금융시장 개혁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