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동시에 “나를 구속하면 대통령이 탄핵될 것” 같은 협박성 말도 내뱉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명씨가 용산을 향해 일종의 ‘구명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명씨 발언이 위험 수위에 오르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씨의 친분설을 일축하는 내용의 첫 공식 입장을 냈다.
명씨는 8일 JTBC 인터뷰에서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모두 자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가 들어가면(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도 “(검찰이) 나를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느냐”고 담당 검사에게 묻겠다고 발언했다.
여권은 이를 명씨의 ‘셀프 구명 작업’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추가 폭로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나를 건드리면 다 죽는다’는 식의 압박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명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배 고픈 병사는 창을 들고 나가 싸울 수 없다’는 모호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명씨의 이런 공개발언은 지난달 30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 그 빈도가 부쩍 늘었다. 내용은 대체로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 관계,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역할,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 등에 집중돼 있다. 사건 초기 공천개입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데 집중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수시로 방문했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무총리 기용 등 정치적 조언도 전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씨를 만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쯤 자택에서 명씨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당시 (명씨를 데려온) 두 정치인을 각각 자택에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서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또 “(대선)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 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로부터 대선 관련 조언을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얘기들”이라며 “발언자 내용이 충돌되는 지점도 있고, 그렇게 신빙성 있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현수 정우진 이경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