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우회로 뚫는 野… 김 여사 상설특검 착수

입력 2024-10-09 00:10
사진=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김건희 여사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여당 배제 상설특검법’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건희 특검법’이 번번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되자 기존의 법을 활용한 우회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휘발성 강한 김 여사 관련 이슈를 정기국회 내내 끌고가며 특검 수용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 “특검 폭주가 점입가경”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8일 국회 의안과에 ‘대통령실 수사외압 등 권력형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사진)’을 제출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22대 국회에서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기존 김건희 특검법에 담긴 명품가방 수수 의혹,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은 요구안에서 빠졌다.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특검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 파견 검사 수는 최대 5명이다.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재의 부결된 김건희 특검법(각 150일, 30명)보다 수사 기간이 짧고 수사팀 규모도 월등히 작다.

그러나 이미 2014년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총 7명으로 이뤄지는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2명)을 아예 제외하는 내용의 국회규칙 개정안까지 추진 중이다. 국회규칙 개정안 역시 법률이 아닌 규칙 개정이어서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역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상설특검법 본격 추진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진행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규칙 개정 논의를 시작하는 동시에 개별 김건희 특검법도 재발의하는 ‘쌍끌이 특검’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핵심은 개별 특검법이고, 상설특검은 보완재”라며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국회 출석을 거부해 온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경고적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감 기간에 당대표 방탄을 위해 국회규칙 개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드는 야당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거대 야당이 꼼수를 동원하고 지엄한 법체계를 뒤흔드는 건 대단히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자기 파괴적 특검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송경모 정현수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