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검사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해도 되는지 가리기 위한 대법원 공개변론이 8일 열렸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일부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간호법이 통과된 이후 간호사 업무 범위에 관한 사건 변론이 열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 결과가 내년 6월 시행될 간호법상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린 건 역대 네 번째다.
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은 2018년 4~11월 소속 병원 종양전문간호사들에게 골수검사 업무를 지시해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판결은 각각 무죄와 벌금 2000만원 유죄로 엇갈렸다.
골수검사는 엉덩이뼈 부위를 바늘로 찔러 골수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것으로 혈액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다. 검찰은 “골수검사는 신체를 마취하고 바늘을 찔러 넣는 행위로 부작용, 합병증을 유발해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피고인 병원 측은 “골수검사는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 보조 행위로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2명, 병원 측 3명 의료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들었다. 검찰 측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은 “골수검사는 골막을 찢고 침이 들어가고 굉장한 통증이 있다”며 “숙련된 간호사라도 의사가 옆에서 보고 판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도 “소아는 성인보다 (골수검사 과정에서) 손상을 입기 쉽고 출혈 등 합병증 발생 빈도도 높다”고 했다.
병원 측 참고인으로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나왔다. 배성화 대구가톨릭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저는 혈액내과 의사이기도 하지만 혈액암 진단을 받고 골수검사를 수차례 받은 경험도 있다”며 “대구에서는 전공의에게, 서울에서는 전문간호사에게 검사를 받았는데 어느 곳이든 편하게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골수검사 자체가 의사만 가질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이나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숙련만 되면 문제 발생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의사와 간호사 둘 중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숙련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간호사인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전문간호사가 이미 골수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무엇이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지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선고기일은 추후 고지하기로 했다. 최종 선고 결과는 오는 2025년 6월 21일 시행 예정인 간호법 제정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정안은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