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부터 고액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술 접대액 계산법에 따라 일부 검사들이 불기소되거나, 기소된 검사도 1·2심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됐던 사건의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은 수수액을 다시 계산한 결과 청탁금지법상 기준인 1회 100만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 나모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핵심 쟁점은 나 검사 등 피고인 3명과 A·B검사 총 5명이 있었던 술자리에 또 다른 인물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고 볼 수 있는지다. 참석 여부에 따라 술값을 나누는 분모인 참석자 수가 달라져 액수도 바뀐다.
재판에선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가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룸살롱에서 나 검사 및 A·B검사와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인정됐다. A·B검사는 오후 10시50분쯤 자리를 떴다. 당시 발생한 술값 등 액수는 총 536만원이었다.
다른 방에서 자리를 오간 김 전 행정관은 참석자가 아니라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두 검사가 떠나기 전까지 발생한 481만원은 5명으로 나눠 인당 약 96만원, 10시50분 이후 발생한 밴드 비용 등 55만원은 3명으로 나눠 인당 약 18만원으로 봤다.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가 나 검사에게 114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1·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행정관도 술자리에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참석자가 한 명 더 늘면서 나 검사의 향응액은 약 94만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대법원 계산은 달랐다. 먼저 이 술자리가 검사들을 위한 접대 자리였음을 고려해 술자리 시작 시점 주대인 240만원을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 검사 3명 등 총 5명 몫으로 봤다. A·B검사가 떠난 뒤 발생한 55만원은 원심처럼 김 전 행정관 포함 4명으로 나눴다. 나머지 241만원은 수수 주체가 불분명하지만 김 전 행정관 포함 참석자 수(6명)로 나눠서 합해도 101만여원이 된다. 이에 따라 나 검사에게 제공된 향응액은 100만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김 전 회장이 라임 사태로 구속 중이던 2020년 10월 옥중 서신 폭로로 촉발됐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추·윤 갈등’이 심화했다. 검찰이 A·B검사를 불기소해 ‘96만원 검사 불기소 세트’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대법원 계산식에 따르더라도 두 검사의 향응액은 여전히 100만원 미만으로 추산돼 형사처벌 대상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대검은 2021년 8월 검사 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으나 법무부 심의는 법원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중단된 상태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