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미워할 수 없는 빌런, 서동재가 돌아왔다

입력 2024-10-09 02:11
‘비밀의 숲’에 등장했던 서동재는 빌런이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스핀오프 작품인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서동재의 처절한 생존기를 블랙코미디로 담아낸다. 티빙 제공

얄밉지만 미워하긴 어렵다. 연거푸 부장검사 승진심사에서 미끄러지지만, 주눅 들기보단 심기일전하고 다시 얼굴에 미소를 짓는 서동재는 어딘지 모르게 짠하다. 서동재의 모습이 우리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때로는 비겁하게 현실과 타협하는 건 대다수의 사람이 겪는 현실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이었던 청주지검 검사 서동재(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린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가 시청자와 만난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서 검사’라는 과거의 부정 꼬리표를 떼고 현재의 모습으로서만 평가받고 싶은 동재의 치열하고도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티빙 제공

연출을 맡은 박건호 감독은 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비밀의 숲’이 정치 및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캐릭터의 힘이 탄탄했다면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인간적인 매력이 탄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재는 학연도 지연도 없는 인물이라 진급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 많이 벌어두자는 생각에 피의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뒷돈을 챙겼었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꼬리표가 너무 강하게 붙었다. 조직 내에서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당하고 승진심사에서도 번번이 헛물을 켠다. 이제는 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감추고 싶은 그의 과오를 들춰내려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두 사람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된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는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로서의 본능이 맞부딪히며 갈등하는 서동재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짠하게 담겼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했던 건 서동재 특유의 능글맞음을 밉지 않게 연기해낸 이준혁의 내공 덕이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 매력 덕에 ‘좋거나 나쁜 동재’도 탄생할 수 있었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 시즌1의 서동재는 제가 정말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을 참고해서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모습을 많이 담아냈다. 이번엔 서동재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 많이 담겼다”며 “대사 중에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어느새 오늘’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재의 그런 짠한 모습이 공감되더라. 캐릭터도, 저도 시간과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의 숲’이 파인다이닝이라면, ‘좋거나 나쁜 동재’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리즈엔 서동재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자꾸만 방해하는 빌런으로 남완성이 등장한다. 시골의 작은 건설사 이홍건설을 갖은 비리로 크게 키워낸 인물로,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남완성을 연기한 박성웅은 “남완성과 서동재 사이에 갑을 관계가 몇 번씩 바뀌는데, 이준혁 배우와 의논하고 고민했던 부분이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비밀의 숲’과는 다른 결로 ‘좋거나 나쁜 동재’를 즐겨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서동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와 인간 군상이 색다른 재미를 전할 것”이라며 “서동재의 열등감과 욕망 등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숲’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오는 10일 티빙에서 공개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