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0조 무너졌다… 삼성 반도체 수장 사과

입력 2024-10-09 00:13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위기론이 불지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제때 안착시키지 못하면서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한 탓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반도체 부문 수장까지 직접 나서서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분기 최대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지 못하자 시장은 ‘어닝 쇼크’라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0조4400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올렸지만 1분기 만에 정반대 성적표를 냈다.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잠정실적에서 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지만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6조4510억원에서 3분기 5조원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로의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HBM 사업에 제때 뛰어들지 못해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사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5만 전자’까지 떨어진 주가 하락, 기술 경쟁력 우려 등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이례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고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