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여행] ‘젊은 달·영 월드’… 점점 젊고 새로워지는 영월

입력 2024-10-10 03:01
젊은 영월을 이끄는 데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종 레포츠 ‘동강리버버깅’에 참여한 젊은 여행객들이 영월군 김삿갓면 남한강 구간에서 급류를 즐기며 짜릿한 추억을 쌓고 있다.

‘젊은 달, Young World….’ 영월의 한자는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로 ‘험준한 산과 굽이치는 물줄기 등을 편히 넘는다’는 뜻이지만, ‘Young(영)月(월)’ ‘젊고 새로운 세계’ 등의 의미를 담아 재치있게 풀어낸 말들이다. 이름에 걸맞게 영월이 젊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있다. 관광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관광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함께 해결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2013년 시작한 사업이다.

짜릿한 급류 즐기는 ‘동강리버버깅’

영월을 굽이굽이 흘러가는 동강과 서강, 그리고 남한강은 깊은 곳에선 천천히 흐르고, 얕은 곳에서는 급류가 된다. 과거 궁궐을 짓는 금강송을 한강까지 싣고 가는 뗏목의 길이었던 강은 요즘 ‘리버버깅’으로 불리는 급류타기 레포츠의 명소로 인기다.

리버버깅은 리버(river)와 버그(bug)가 합쳐진 단어로, U자 모양의 고무 튜브 장비를 이용해 급류를 즐기는 1인 수상 레포츠다. 장비를 등에 메고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래프팅’과 달리 혼자서 물보라치는 급류로 들어가 노를 젓는 대신 손과 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방향전환을 한다.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핀(오리발), 구명조끼와 헬멧까지 장비를 갖춘다. 특히 체온과 피부 보호를 위해 5㎜ 슈트를 입기 때문에 5월부터 10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

영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인 ‘리버버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강리버버깅’은 영월군 김삿갓면 각동수련장에서 출발한다. 2시간에 걸쳐 급류를 타다 보면 4㎞ 떨어진 단양까지 흘러간다. 수련장 앞 강변에서 먼저 약 20분간 안전교육이 이뤄진다. 급류에 튜브가 뒤집어졌을 때 다시 올라타는 법을 실습하는 게 필수다.

유리처럼 잔잔한 수면에서 출발한 리버버깅은 곧바로 급류로 접어든다. 거센 물살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하얀색 물보라는 온몸을 덮친다.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짜릿한 기분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덕포시장 ‘빵지순례’

영월역 앞에 덕포시장이 있다. 영월군 도시재생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이 지역이 맛있는 빵으로 핫하다. 이색 빵, 몸에 이로운 빵 등을 만드는 빵집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먼저 오래된 폐가의 정취를 살려 꾸린 빵집 ‘이달엔영월’은 서울과 평창 등지에서 1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사업가 정미나 대표가 문을 연 빵가게의 이름이자 영월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사업에 내걸 브랜드다. 한반도 지형을 지닌 영월의 환경에 맞춰 우리나라 지형을 닮은 ‘한반도빵’, 감자와 고구마를 쏙 빼닮은 ‘감자빵’ ‘고구마빵’ 등 이색 빵을 내놓는다. 재미있는 모양에 맛도 좋아 인기다.

영월역 앞 덕포시장에 자리한 빵집 ‘이달엔영월’의 한반도빵·단호박식혜.

전통 방식대로 만드는 단호박식혜도 빵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인기 메뉴다. 단호박을 삶아 으깨고 삭혀 끓여내 쌀 식혜와는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매장 뒤편은 옛집 정취를 그대로 살린 휴게 공간을 만들고 고풍스러운 소품으로 단장했다. 가게는 토요일과 4와 9가 들어가는 날짜에 열리는 영월민속5일장날에만 빵을 굽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4시이지만 준비한 빵이 동나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온라인을 통해 주문해 맛볼 수도 있다.

인근 ‘별애별빵1984’는 상호에 붙은 숫자에서 내력을 읽을 수 있다. 1984년에 시작해 40년 경력을 지닌 최인배 대표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역사와 시간, 사연이 담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고 있다. 이 가게가 추구하는 것은 건강한 빵이다. 영월산 곤드레나물을 활용한 다양한 빵을 선보여 여행객과 지역 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곤드레나물은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해 칼슘, 비타민A 등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다.

건강식품을 추구하는 ‘별애별빵1984’의 ‘석탄빵’과 ‘곤드레카스테라’.

대표적인 것이 ‘곤드레붕생이’다. ‘붕생이’란 곡식이 부푸는 현상을 일컫는 강원도 내륙 지방 사투리로 보통 빵 대신 쓰이는 말이다. 곤드레나물을 동결 건조한 분말을 반죽에 섞어 본연의 색감을 살리고 영양소 파괴는 최소화했다.

곤드레빵에도 건강한 식재료가 듬뿍 들어간다. 천연 효모와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고 보존제 등 인공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지만 그만큼 몸에 좋다. 14~24시간에 걸친 저온 숙성도 건강한 빵에 한몫한다. 단시간 숙성을 거친 빵과 달리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된다.

영월이 오래전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점에 착안, 오징어먹물을 넣어 만든 검은색 ‘석탄빵’도 맛과 재미를 더한 제품이다. 석탄빵 4종 세트, 곤드레빵, 별총총빵 등 유화제와 버터를 넣지 않은 건강한 빵을 만든다. 일부러 빵을 부풀리지 않고 소화가 잘 되게 만들어 당뇨 등 성인병을 앓는 손님들도 자주 찾는다.





영월=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