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뜨거운 바다에 ‘물고기 떼죽음’… 앞으로 25도 되면 고수온 특보

입력 2024-10-09 01:45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8월 8일 전남 여수시 조피볼락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고수온 적조 대응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앞으로 해수면 온도가 25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 고수온 예비특보가 발령된다. 현재 기준 28도에서 3도 하향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모호했던 고수온 특보 발령 기준 시기와 수온 범위도 구체화된다. 올해 유례없는 폭염에 어민 피해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천호 의원실이 8일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폭염(고수온) 재난위기대응 실무매뉴얼 개정안’에 따르면 고수온 예비특보 발령 기준이 25도로 바뀐다. 해수부는 “어업인들이 고수온 사태에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 수온을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수온 특보가 발령되는 시점도 구체화됐다. 해수부는 폭염(고수온) 대책 기간인 매년 5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 바닷물 온도를 집중적으로 살펴 특보 발표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해수 온도가 이미 28도이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될 수 있다.

다만 해수 온도가 급격히 올랐더라도 25도 미만이면 특보 발령에서 제외된다. 이에 전일 수온 대비 3도 이상, 5도 이상 오른 해역이라면 각각 ‘주의보’, ‘경보’가 발령된다. 고수온에 따른 수산생물 피해 발생 여부도 특보 발령 요건에 새로 추가된다.

해수부는 2019년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고수온 재난종합대책 및 실무 매뉴얼을 해마다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개정 작업은 전례가 없었다는 전언이다. 올해 해수 온도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오른 데다 지난달까지 늦더위가 지속되면서 막대한 수산생물 폐사 피해가 발생한 영향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9월이었다. 늦더위 여파에 해수면 온도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재난위기대응 매뉴얼 개정과 함께 해수부는 지난 2일 전국 연안에 발령한 고수온 특보를 두 달 만에 해제했지만 이달에도 바다는 고수온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은 채묘 시기가 지연됐고, 양식어류의 집단 폐사로 어획량은 급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겨울 한파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해수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고수온에 따른 어민 피해 조사도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저수온 피해에 대비해야 해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9월 초면 고수온 현상이 어느 정도 사라졌고, 겨울이 오기 전 피해 보상 등을 다 끝내고 저수온 대비에 들어갔는데 이젠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김윤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