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해리스 “전쟁 끝내야” 트럼프 “바이든 정책 탓”

입력 2024-10-09 01:02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1주년인 7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 이스라엘 국기와 ‘당장 그들(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문구가 조명으로 투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동 전쟁 격화가 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 후보가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DC 관저에서 열린 하마스 테러 1주년 추모 행사에서 “10월 7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테러를 “악행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이어 “이스라엘이 자신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을 항상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한 해 동안 엄청난 아픔과 상실을 경험한 가자지구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관한 취재진 질의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휴전과 인질 교환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이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방영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나 어떻게 그것을 (실행)하느냐도 중요하다”며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었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또 이란을 미국의 가장 큰 적으로 규정하면서 “이란의 손에는 미국인의 피가 묻어 있다. 이란이 핵보유국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1년 전 테러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든과 해리스가 이스라엘의 승리를 방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은 (해야 할 일의) 정반대”라며 “그(바이든)는 최악의 외교 정책을 갖고 있고, 그녀(해리스)는 그보다 더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란은 187개의 미사일로 그들(이스라엘)을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은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는 “나보다 유대인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다”며 “나는 유대인 표를 100%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동의 위기 고조가 해리스의 대선 경쟁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계속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민주당 지지를 포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유대인들도 가족이 대대로 지지해온 정당(민주당)에서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의 중재 실패가 아랍계와 유대계 모두로부터 비판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랍계 유권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계 주민이 30만명이 넘는 경합주 미시간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경우 대선 승패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