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이 세상에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진심이셨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수님의 생명 사역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허기진 사람들에게는 말이 아니라 빵을 먹이셨습니다. 도저히 일어나 걸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일으키고 걷게 하셨습니다. 평생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귀를 열고 말문이 터지게 하셨습니다. 갈라진 논바닥 같은 마음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단비와 같은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만인의 구주가 되신 것은 크고 놀라운 일을 해서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에 예민하게 깨어 반응하셨기 때문입니다. 타자와 세상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음으로 모든 존재를 구원하신 분, 이 분이야말로 오늘도 우리의 참된 구주이십니다.
올해 여름은 가만히 있어도 힘든 폭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말 젊은 택배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방송 화면에 올라왔습니다. 자막에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는 문자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보였습니다. 고단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한밤중에 뛰어야 했던 40대 가장의 마지막 메시지였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고요히 몸을 누이고 잠 속으로 빠져든 그 시간에 40대 초반의 가장은 주 6일을 개처럼 뛰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의 시스템에 숨을 몰아쉬면서도 어찌해서라도 맞추어보려 했던 40대 가장은 그만 과로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그 뒤에는 젊은 아내와 네 아이가 아빠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영문도 모른 채 남겨져 버렸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고인의 아버지이신 분이 교회의 장로이시고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헌신하시고 계셨던 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로님은 본인의 가정이 겪은 이런 일이 필연적으로 또다시 다른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끔찍하고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아들을 잃고 좌절과 낙망과 한숨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일하고 계시는 이 아버지에게서 예수님의 일하심이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은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습니다. 노동자의 생명 값을 헐값으로 보니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됩니다. 이윤보다 생명을 더 귀중하게 여기고 최고의 이윤은 생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심야 노동에 대한 확실하고 단호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사회의 악을 폭로하고 증언하는 일은 예수님의 생명 사역의 주요한 특징이었습니다.(요 7:7) 잘못된 시스템을 폭로하고 싸우고 고쳐나가는 것은 세상에 생명을 주시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교회가 물류 택배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슬픔을 당한 유족들을 위로하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생명을 주시기 위해 오신 분의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 만나고 지혜를 모으고 행동하는 성도들이 되시길 간절히 빕니다.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영등포노회 소속으로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꿈꿉니다. 손은정 목사는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6개월간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노동훈련을 받은 뒤 선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