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도입한 이주 아동 임시 등록 제도가 내년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아동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만큼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 종료 이후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주 아동 임시 등록 제도가 시행된 2021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이 제도를 통해 등록을 마친 이주 아동은 962명이었다. 법무부는 3000여명의 아동이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등록 아동은 법무부 기대치의 30% 수준에 그친 것이다.
임시 등록된 아동들은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제도 도입 이전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은 주민으로 등록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공교육을 제외한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현실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부터 공교육을 받는 외국인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2022년 1월부터는 만 6~7세 미등록 아동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이 같은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일부 이주 아동은 한국 생활에 수월하게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콩고 출신 18세 청소년은 “태권도에 재능이 있어 학교에서 선수로 선발돼 훈련받았지만 등록번호가 없어 어떤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했다”며 “체류 자격을 받고 전국 대회에 시범단으로 출전해 결승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대학 태권도학과 수시전형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까다로운 등록 요건과 정보 부족 등으로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미등록 아동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권위와 이주아동네트워크가 접촉한 미등록 이주 아동 40명 중 13명은 임시 체류등록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본국에서 여권 발급이 안 되는 난민인데도 출입국청이 아이들의 신분 증명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지리아 출신 한 부모는 한국에서 4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증명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불법체류 범칙금을 납부해야만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등록을 허가하는 현실도 한계로 지적된다. 인권위 사례 조사에 따르면 만 6년간 한국에 불법체류한 외국인 부모가 자녀를 등록하려면 범칙금 1800만원을 내야 했다. 범칙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의 자녀는 미등록 주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법무부의 이주 아동 체류 허가 제도는 아동 인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아동을 하루빨리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