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의대 교육 질 담보된다면 시간 단축 반대 안해”

입력 2024-10-08 01:03
전공의·의대생들이 보건복지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메모지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발언하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뒤로 빽빽하게 붙어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이들 요구와 관련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정부와 만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면서 의료계의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교육부의 의과대학 교육과정 단축 방안과 관련해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데, 시간 단축도 가능하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비상상황인 점을 고려해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1년 단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교육부와 사전에 구체적인 협의는 못 했지만, 학사 일정의 어려움이나 의료인력 공백 방지를 위한 교육부의 고민이 담겼다고 이해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단축 방안을 검토하는 게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 공백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압박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의료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책임진다는 자세로 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료취약지 공중보건의사를 주로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역에서 차출된 공보의 50% 이상이 서울에 있는 초대형 병원에 갔다. 가뜩이나 어려운 집 곳간을 털어서 대감댁 시주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 장관은 “전공의들의 의견만 듣지 말고 병원장들의 의견도 한번 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저녁 속개된 국감에선 “지역의료 공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공보의 배치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교육부 역시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운영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대 학생들의 복귀를 낙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대규모 유급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간소화해 의료 현장의 충격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은) 일부 대학에서 먼저 나온 제안을 교육부가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주장을 한) 교수들에 따르면 미국은 평소 해외파병 군의관 수요가 많지 않다가 파병이나 전시 상황이 생기면 교육과정을 압축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면서 “상당히 어려운 일이긴 해도 이런 비상시에는 정부와 대학에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6년제를 5년제로 일괄 전환하거나 대학에 5년 단축 방안을 강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5~6년 사이에서 탄력 운영키로 결정하면 지원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심 기획관은 “의대생이 복귀하고, 대학이 복귀한 학생을 조금 더 빠르게 교육해 의사로 배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요청하면 정부가 수용할 것”이라며 “필요시 매뉴얼, 규정, 지침 등을 대학과 협력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결국 학생들의 학습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수업 시간을 만드는 건 억지로 할 수 있지만, 그 지식을 습득할 여건이 안 된다”며 “수업만 듣게 해서 진급시키고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한다면 기본 소양을 갖춘, 제대로 된 의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40개 의대 학생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김유나 기자,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