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소득보장 정책 실험 ‘디딤돌소득(구 안심소득)’의 2년차 성과 분석 결과 탈(脫)수급 가구 비율이 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년차 성과 분석 당시 집계된 탈수급률 4.8% 대비 3.8%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2022년 탈수급률(0.07%)을 122배 웃도는 결과이기도 하다.
탈수급률이 증가한 것은 소득이 늘어 지원을 받지 않는 가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디딤돌소득 지급은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개최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의 2년차 성과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85% 대비 부족한 가구 소득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소득 기준을 넘어도 수급 자격이 유지된다. 갑작스럽게 소득이 줄더라도 자동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앞서 시는 2022년 7월부터 중위소득 50% 이하인 1단계 지원 대상 484가구를 선정해 지원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중위소득 50∼85%로 대상을 넓혀 2단계로 1100가구를 지원했다. 이번 조사는 1단계와 2단계 지원 가구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탈수급률은 8.6%로, 1년차 대비 3.8% 포인트 상승했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또한 1년차 21.8%에서 2년차 31.1%로 9.3% 포인트 늘었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 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 가구 대비 3.6% 포인트나 높았다. 지원받은 가구의 31.1%는 근로소득이 늘었다. 전년 21.8% 대비 9.3% 포인트 높아졌다.
이 교수는 “수급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고용률이 다수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돌봄 (노동)이 필요한 가구에서는 노동 공급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포럼 환영사에서 “디딤돌소득은 소득 상승과 근로 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전세계가 주목하는 K-복지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동성 김용헌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