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선 유지’ 이스라엘, 이란에 “가자지구처럼 폭격” 위협

입력 2024-10-08 01:57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전쟁 발발 1주년인 7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관저 인근에서 “그를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1년을 맞아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을 찾아 전의를 다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을 가자지구와 레바논 베이루트처럼 폭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가자지구 북부를 맹폭하며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군사기지에서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는 “1년 전 우리는 끔찍한 타격을 입었지만 그로부터 12개월 동안 우리는 국경 지역 전역에서 현실을 바꿔놓고 있다”며 “여러분은 승리의 세대다. 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고 함께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이란은 지난주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스라엘은 7개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배후에 있는 이란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7개 전선’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이란을 뜻한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이 붙은 모형 관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갈란트 장관은 이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됐던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이란은 우리 공군 능력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을 공격해 우리 군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자지구와 베이루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9일 미국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미 고위 당국자들과 이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가니는 현재 본국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가니 사령관이 최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폭격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복수의 이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쟁의 초점이 레바논 남부로 옮겨가면서 한동안 포성이 잦아들었던 가자지구는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다시 포연에 휩싸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와 북부 자발리아를 공습했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 이후 최대 규모의 폭격이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조직원 1만7000여명,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조직원 80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자국의 최대 위협이 외부 세력이 아니라 내부 분열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루살렘 히브리대가 2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내부 분열’을 국가적 위협으로 꼽았다. ‘외부 세력’이라는 응답은 38%였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53%는 “전쟁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