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가뜩이나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움츠렸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변수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0.67달러 오른 배럴당 74.38달러까지 상승했다. WTI는 지난 한 주 동안 10%가량 치솟으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지난 3일 전날 대비 3.72달러 오른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4일 78.05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하며 중동 전쟁이 고조되자 국제 유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란은 하루에 세계 석유 생산량의 4%인 약 4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타깃으로 보복하면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 유가 가격 변동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하는 오일쇼크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상승해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수요 위축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올해 3분기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가 동시에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정유사로서는 겹악재인 셈이다.
반면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침체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말 1조 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시중 유동성 공급안을 내놨다.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면 글로벌 경기에도 선순환이 나타난다. 석유화학·건설기계 등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 변화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길 바라는 것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에너지 수급, 중국 등 주변국 수요 변화에 기업 실적이 좌우되는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