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한 정치 컨설턴트와 전 대통령실 행정관 때문에 연일 벌집 쑤신 듯하다. 잘 알려진 사람들도 아닌데 정작 그들이 친분을 과시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권의 내로라하는 핵심 인사들이다. 책임이 큰 직책을 맡은 적도 없고, 그렇다고 실세 정치인도 아닌데 그런 친분을 나눴다고 한다. 여권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길래 그런 이들이 활개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선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인물인 컨설턴트 명태균씨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주장한 여권 실세와의 친분은 놀라울 정도다. 그는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수시로 만나 정치적 조언을 했고, 초대 총리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김영선 전 대표,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교류했다는 실세 정치인들도 수두룩하다. 현 정부 출범 땐 공직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그림자’라고 표현할 만큼 음지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실세들을 줄줄이 만나 조언하고 후보 단일화 등의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권에 아직도 공식적 루트가 아닌 비선(秘線)격 인사들에 의존하는 정치 문화가 남아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씨는 공천 청탁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됐는데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를 둘러싼 갖은 의혹들이 다 규명돼야 할 것이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한 의혹에 휩싸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문제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여당은 7일 사주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이 불거지고도 계속 버티다 이날 뒤늦게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채널에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그는 전대 당시 나경원 후보 캠프에 있었다. 발언의 진위를 떠나 대통령 부인을 들먹거리며 자당 대표 후보를 공격해 달라고 사주할 정도의 자질을 가진 이가 어떻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후보 캠프에도 영입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인물이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감사 자리에 임명된 배경도 의문이다.
이번에 터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여권이 인사 검증 작업부터 시작해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적 쇄신, 당내 정치 세력 교체 및 정치 문화 탈바꿈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