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현(가명·27)씨는 2021년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준비로 3년 넘게 시간을 보낸 그는 자존감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면서도 어느새부턴가 남들과의 비교로 그런 생각이 점점 꺾여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SNS를 보며 자신을 친구와 비교하는데, 취업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씨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부터 남들과 비교하면서 성장해온 것 같다. 학창시절엔 학벌로, 취업 시장에선 기업의 이름 등으로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평가한다”면서 “이런 흐름은 당장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끝없는 비교와 경쟁이 일상화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은 현재 스스로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로는 ‘타인과 자신을 자주 비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전문 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2024 자존감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나는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34.2%였다. 지난해(23.2%)와 비교했을 때 11%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태도(21.8%)도 지난해(16.0%)보다 5.8% 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일부터 나흘간 전국 만 13~59세 남녀 1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으로 ‘타인과 자신을 자주 비교한다’(46.2%)를 꼽았다. ‘자신보다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43.4%) ‘남들의 비판이나 지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37.7%) 등이 뒤를 이었다. 타인과의 비교·평가가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앨레나 프랜시스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신앙에 좋지 않은 이유 4가지’란 제목의 칼럼에서 “SNS를 통해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기독교인의 신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경고했다.
그는 “타인과 자신의 비교는 하나님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게 하며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지 않게 만든다”면서 “비교하는 행태를 그만두려면 우리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복음은 민족과 집단의 신앙생활을 강조하면서도 집단 자체적으로 구원받고 의롭게 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신약을 살펴보면 우리는 개개인의 믿음으로 구원받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우리의 근본적 존재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실한 믿음 안에서 타인과의 비교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