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기업에서 노사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근무제 변화, 임금협상 등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늘어나며 노조의 협상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는 복지 혜택 변경, 근로 방식 변화 방침 등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유연근무제 폐지와 더불어 의무 근로 시간대인 코어타임(집중근무 시간)을 설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지난 4월 재택근무를 폐지한 데 이어 IT 기업의 대표적인 근무 형태 중 하나인 유연근무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노조 반발도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직원 통합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온’의 본사 노조 가입률은 과반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반 노조가 들어서면 근무제 변경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본사 노조 가입률은 2022년까지 40% 수준에 머물다가 2022년 말 재택근무 철회 방침이 내려지며 지난해 초엔 47%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45% 수준을 횡보하다가 최근 근무제 변화에 따른 불만이 커지며 노조원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근무 제도 관련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카카오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절차를 밟은 후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1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노조원들에게 네이버웹툰 노사 간 단체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6월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기업공개(IPO)에 따른 구성원들의 추가 보상 관련 노사 논의를 이어왔지만 네이버웹툰 자회사 리코스튜디오의 향후 바뀔 임금체계 등을 놓고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네이버도 네이버·네이버웹툰·네이버클라우드 등을 중심으로 과반 노조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에 허덕였던 게임사에서도 고용 불안이 커지며 노조 움직임이 활발하다. NHN에서는 지난해 12월 노조(넥스트 휴먼)가 들어섰으며 넷마블은 지난 5월 그룹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실적 부진으로 고강도 조직 효율화 작업에 돌입한 엔씨소프트는 분사에 따른 고용 보장 조건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계열사 매각 등 문제가 현실화하며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등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