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차기 파워엘리트… 해리스 ‘뉴페이스’ 차별화, 트럼프 ‘검증된 인사’ 중용

입력 2024-10-08 01:0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주노의 닷지카운티 공항에서 유세하고 있다. 트럼프는 경합주인 위스콘신을 최근 8일간 네 차례나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행정부를 이끌어 갈 파워엘리트들에 대한 관측도 구체화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1기 행정부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꾸려지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대선 후보 자리를 물려받은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바이든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관측되지만 내각에는 민주당 인재 풀에서 새로운 얼굴을 대거 전면에 등장시켜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밑그림을 그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필 고든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럽·중동 전문가인 고든은 미국의 ‘슈퍼파워’에 대한 과신보다는 현실적이고 신중한 외교 노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장관 후보로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필두로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등이 언급된다. 번스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에서 고비 때마다 바이든 정부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해 왔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 등 여성들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플러노이는 오바마 정부에서 미 국방부 역사상 여성 최고위직인 차관에 올랐다. 해리스 캠프에 참여 중인 콜린 칼 전 국방차관이 발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무장관 후보로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더그 존스 전 상원의원,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는 로레인 볼스 부통령 비서실장,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위원장, 미니언 무어 민주당 전국전당대회위원회(DNCC) 의장 등이 거론된다.

해리스가 현 정부와의 연속성을 고려해 바이든의 최측근 인사들을 유임하거나 재기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은 해리스 내각에서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차기 정부의 초당파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공화당 출신 인사가 파격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는 CNN 인터뷰에서 공화당 인사를 내각에 기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리즈 체니 전 상원의원과 민주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섰던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2기는 1기 행정부 참모들을 중심으로 무엇보다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들이 주로 등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비롯해 1기 각료·참모 중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며 돌아선 이들이 많아서다.


국무장관으로는 마코 루비오,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이 우선 거명된다. 루비오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한 외교안보 전문가다. 해거티 의원은 트럼프 1기 때 주일본 대사를 지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거론된다. 오브라이언은 최근까지 각종 행사에서 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략을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국방장관에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과 톰 코튼 상원의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이 자주 언급된다. 트럼프 1기 때 국무장관을 지내며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방장관으로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무장관으로는 트럼프의 공격적 관세정책 옹호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과 스콧 베센트 등 월가 인사들도 언급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대선 캠프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라시비타, 수지 와일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트럼프 2기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비벡 라마스와미도 상무부 등 내각에 기용될 수 있다.

트럼프도 민주당 인사를 내각에 임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해리스 저격수’로 활동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 열혈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책 자문역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 모두 가족이 최측근이자 정권 실세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의 ‘핵심 권력’으로는 여동생 마야 해리스와 제부 토니 웨스트가 꼽힌다. 마야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섰고, 웨스트도 막후에서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차관보를 지낸 웨스트가 백악관 고문이나 법무장관으로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패밀리’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너서클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 전 폭스뉴스 앵커, 차남 에릭과 부인 라라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