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소영 관장, 국감 출석해 비자금 실체 밝혀야

입력 2024-10-08 00:3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 관장 남매와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를 8일 열리는 법무부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했었다. 노 관장은 김 여사가 보관했던 비자금 메모에 적힌 ‘선경 300억’ 존재를 처음 제기한 만큼 실체를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한다.

300억원의 비자금 문제는 지난 5월 이혼소송 항소심을 통해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이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1991년경 최종현(최 회장 부친)에게 300억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을 했고, (최종현 측이) 증빙으로 선경건설 발행의 액면금 50억원으로 된 약속어음 6장을 노태우 측에 교부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SK가 300억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반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에게 국내 이혼소송 재산분할 최고액인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때보다 20배가 넘는 재산분할 금액이었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었으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렸다. 노 관장이 비자금을 증여세 없이 받아 재산 증식에 쓴 것은 문제라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범죄 수익금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과세당국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자금 의혹을 엄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자 국회는 노 관장 남매와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여사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노 관장 남매는 국회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및 세금 포탈 가능성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단죄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흘려버릴 수 없는 문제다. 노 관장 남매는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