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주민들은 양구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리적으로는 북위 38도 6분, 동경 127도 59분에 있어 ‘국토의 정중앙’으로 불린다는 데 있다. 2021년엔 배꼽에 해당하는 남면의 행정명을 아예 국토정중앙면으로 바꿨다. 특히 방산면에 있는 두타연 계곡과 이 계곡을 지나 마을로 흐르는 수입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로 유명한 두타연은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어 관광객들이 군인의 호위를 받거나 위치 추적기를 달고 돌아다니며 자연을 감상한다.
암석을 침식해 하구로 양질의 백토를 나르는 수입천 덕분에 방산면은 고려부터 조선 시대까지 주요 백자 원료 공급지로 꼽혔다. 1932년엔 궁궐로 백자를 납품하던 생산지로서도 뒤늦게 명성을 얻게 됐다. 당시 금강산 월출봉에서 ‘방산사기장 심룡’이라고 새겨진 ‘이성계 발원 사리구’가 발견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390년쯤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염원을 담아 영산으로 통하는 금강산에 매납한 것인데 이는 이 지역의 백자 생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며 이곳 수입천을 포함해 전국에 14개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양구군 주민 반대가 눈에 띄는데 소양강댐과 화천댐, 평화의댐 등으로 둘러싸여 가뜩이나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양구에 또 댐을 건설하면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두타연이 물에 잠기면 주요 관광 수입원이 소실됨은 불문가지다.
방산 백자의 미래도 걱정이다. 댐은 물의 흐름뿐만 아니라 침전물의 이동도 제한하기에, 백자 제작에 사용되는 백토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정부가 기후 대응이라는 명목을 넘어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후 대응을 위해서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든 무분별한 인프라 개발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자연과 문화유산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쉽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