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로 오인 뒤늦은 진단 많아
강직성 척추염이 70% ‘최다’ 차지
국내 한 해 평균 4만5000명 진료
주로 소염진통제 등 약물로 치료
최근 생물학적 신약 건보 확대
강직성 척추염이 70% ‘최다’ 차지
국내 한 해 평균 4만5000명 진료
주로 소염진통제 등 약물로 치료
최근 생물학적 신약 건보 확대
척추 관절염이라고 하면 주로 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디스크 질환은 척추뼈 사이 있는 추간판이 압력을 받아 튀어나오거나 찢어져 신경을 눌러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고, 엄밀히 말해 관절 자체에 염증이 생기는 관절염 종류로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뼈나 관절의 노화로 인한 단순 근골격계 질환이 아니라, 몸의 면역계 이상에 의한 류머티즘성 염증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병원의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주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7일 “면역 이상에 의한 만성 염증은 척추나 관절 외에 피부, 위장관, 눈, 폐, 심장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나타날 수 있어 전신 질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척추 관절염 질환군에는 강직성 척추염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건선 관절염, 염증성장질환 관련 관절염 등이 속한다.
이 교수는 “피부 질환인 건선에 동반되는 건선 관절염은 피부과, 강직성 척추염은 정형외과에서 의뢰하는 등 다른 진료과를 전전하다 오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강직성 척추염은 인터넷을 찾아보고 자신의 증상이 비슷하다고 류마티스내과로 직접 찾아오는 이들도 꽤 된다”고 전했다. 최근 강직성 척추염 치료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돼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넓어졌다. 이 교수에게 척추 관절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발병 원인이 뭔가.
“척추 관절염은 면역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백혈구항원(HLA)-B27’ 단백질과 공통적인 연관성을 갖는 질환을 총칭한다. HLA-B는 몸속의 특정 세포가 외부 침입자로부터 감염됐거나 암 등 비(非)정상세포임을 면역계에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데, 개인별 면역 반응에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HLA-B27 유전형을 가진 사람들은 강직성 척추염 등 자가면역질환(면역계가 자기 몸을 공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내 인구의 5%가 해당 유전형을 가질 정도로 비교적 흔하고 해당 인구의 5%에서 강직성 척추염을 유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병이라고 할 순 없다.”
-강직성 척추염이 가장 많은데.
“강직성 척추염은 국내에서 한 해 평균 4만5000명, 건선 관절염은 4000명 정도 진료받는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10배 이상 많다. 이 질환은 건선이나 감염 과거력, 염증성장질환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X선상 엉덩이 뒤쪽 천장 관절의 염증, HLA-B27 위험 인자가 확인되면 진단된다. 20~40대가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2.5배 많이 발생한다.”
-증상의 특징은.
“염증성 요통과 조조 강직이다.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등 퇴행성 질환은 척추를 많이 사용해서 통증이 생긴다. 강직성 척추염은 아침 기상 후 허리가 뻣뻣함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쉬고 있을 때 더 심해진다. 손가락·발가락 등 말초 관절 부위에 강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으면 아리고 욱신욱신해 불편하다가 움직이면 나아진다.”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나.
“디스크로 오인돼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변형이 점점 심해져 그대로 굳을 수 있다. 실제 얼마 전 40대 환자가 20대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통증을 견디다 뒤늦게 뼈가 거의 굳어진 상태로 왔다. 통증이 극심하지 않아 조금 아프다 지나가겠거니 했다가 강직이 진행된 것이다. 조기에 발견해 뼈 변형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치료하면 더는 악화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첫 번째 치료 옵션은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로, 40~50% 환자가 이에 반응한다. 통증을 줄이고 운동성을 좋게 하며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 척추 변형을 지연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보통 2~4주 사용하면 효과를 알 수 있다. 소염진통제 다음 치료 단계로 다양한 생물학적 약물(TNF-알파 억제제, IL-17 억제제, JAK 억제제)이 쓰인다.”
-최근 중증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높아졌는데.
“IL-17 억제제가 1차 치료부터 건보 적용을 받게 됐다. 두 가지 이상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혹은 TNF-알파 억제 약물 등으로 3개월 넘게 치료했으나 효과가 미흡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 IL-17 억제 신약(세쿠키누맙, 익세키주맙) 치료를 환자들이 더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됐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더 넓어진 것이다.”
이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 마디가 점점 굳는 진행성 염증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통해 강직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부착 부위 염증과 비가역적인 척추 손상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면역 유발 물질) IL-17을 직접 차단함으로써 질환의 진행을 늦춰준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 치료를 주로 하지만 강직이 진행된 척추에 손상이 와서 신경 압박이 발생하거나 척추가 심하게 변형된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