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펀드 95개중 27개 손실… 운용사들 만기 연장하며 버티기

입력 2024-10-08 04:14
미국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하락에 해외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정적 수익을 기대한 투자가 손실로 확정될 위기에 처하자 투자자들은 만기 연장에 동의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올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수익률은 -9.08%를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은 -15.05%였다. 순자산은 2조45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06억원 줄었다. 3년 기준으로 유출된 자금은 1조원이 넘었다.

해외부동산펀드는 2018~2019년을 기점으로 인기를 얻었다. 저금리가 지속되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해외부동산펀드로 유입된 것이다. 해외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 이익을 얻고,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매각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부동산펀드 95개 중 27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손실이 발생한 펀드 대부분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2020년 설정됐다.


가장 손실이 큰 펀드는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펀드다. 올해만 -70%대 손실을 나타냈다. 지난 8월 자산 가격을 재평가해 펀드 기준가에 반영한 결과 981.92원 수준이던 기준가가 279.75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해당 펀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인 퀸즈타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019년 매입 당시 1억2973만 유로(약 1926억5000만원) 수준이던 퀸즈타워 자산가치는 8520만 유로로 34% 하락했다.

금융 당국은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자산 부실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 80% 이상이 최근 부실화가 진행된 북미 지역과 유럽에 쏠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단일 사업장(34조5000억원) 중 2조5000억원(7.27%)에서 기한이익상실(EOD, 만기전 조기회수) 사유가 발생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당장 손실을 확정하기보다 금리 인하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호황기 수준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안정화 시점에 매각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내년 만기를 앞둔 해외부동산펀드의 만기 연장이 한창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8월 말 수익자총회를 열고 내년 2월 만기 예정이던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펀드의 만기를 5년 더 연장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도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1호의 만기를 내년 7월에서 2030년 7월로 미뤘다.

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