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을 숨지게 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원인이 페달 오조작으로 판명된 가운데 정부가 관련 기술 개발에 책정한 예산은 올해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달 오조작 방지기술은 운전자가 정차 또는 주행 시 페달을 착각해 벌어지는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 발표에서 “고령 운전자 차량에 첨단안전지원장치(ADAS) 장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운전자 페달 오조작 사고 방지 및 평가기술 개발’ 관련 사전 연구도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국토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해 확정된 내년도 R&D 예산 사업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기술 개발’ 예산(4년간 국비 200억원)은 빠졌다. 사전 연구까지 마친 상황에서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국토부는 “내부 우선순위 및 미선정 사유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58건 중 53건(91.4%)은 ‘페달 오조작’이다. 최근 5년간 급발진 사건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88.0%가 페달 오조작 사고다. 특히 지난해 기준 페달 오조작 사고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고령층이 많았다.
65세 이상 면허소지자 수가 2019년 333만명에서 지난해 474만명으로 42.4% 급증한 상황에서 고령층의 페달 오조작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201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개발에 나섰다. 2017년부터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가 부착된 ‘서포트카’도 도입했다. 현재 출시되는 신차의 93%에 해당 장치가 부착돼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자동변속기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를 추진한다.
반면 한국은 최근 현대차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기술을 자체 개발한 것을 제외하면 관련 시장이나 평가 기준은 전무한 상태다. 민 의원은 “한국도 초고령사회를 앞둔 만큼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와 같은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적기에 국민 안전을 위한 연구가 이뤄져 모든 국민이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