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보고 위로 받으시길’… 매년 100억씩 쏟아붓는 한화

입력 2024-10-07 02:22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4' 공연 모습.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매년 큰돈을 들여 불꽃축제를 주최하는 배경에는 사회공헌 목적과 더불어 회사 인지도 상승효과가 있다. 한국화약의 후신인 한화가 공연용 화약을 이용한 불꽃놀이를 매개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한화가 지난 5일 개최한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4’에는 100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한화는 이 행사 개최에 매년 약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올해 20회째로 2000년 첫 개최 이후 2001년(미국 9·11 사태), 2006년(북한 핵실험), 2009년(신종플루), 2020~2021년(코로나19)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열렸다.


지속적인 행사 개최의 표면적 이유는 사회공헌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불꽃축제 직후 “1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이 아름다운 불꽃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더 크고 넓게 불꽃을 쏘아 올리자”고 말했다. 이에 16명으로 구성된 ㈜한화 콘텐츠사업팀은 지난해 행사가 끝나자마자 올해 축제 준비에 돌입했다.

한화가 불꽃축제로 얻어가는 이득도 크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약 100만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모이는 유일한 국내 축제로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 한화 관계자는 “야구팀 한화이글스와 더불어 한화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올해 불꽃축제를 생중계한 ‘한화TV’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6일 오후 현재 약 170만회에 달한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한화 창립 72주년을 뜻하는 ‘72’ 형상의 불꽃이 터지자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다.

한화는 축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유료 좌석(골든티켓)을 도입했다. 16만5000원의 골든티켓 2500장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5~2배 가격에 거래됐다. 한화는 티켓 판매 수익을 축제 안전관리, 지역상권 상생 프로그램 등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산업용 화약뿐 아니라 불꽃놀이용 화약도 직접 생산했다. 1993년 ㈜한화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화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2%로 쪼그라들었지만, 그룹 모태 사업 관련 행사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