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인구 2%가 죽었는데… 포성 멈추지 않는 가자지구

입력 2024-10-07 01:02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7일로 1년을 맞는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로 격분한 이스라엘이 고강도 봉쇄와 보복 공격으로 맞대응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격퇴를 위해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란 타격까지 거론하고 있어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지난 1년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휴전 중재 등에서 번번이 실패하며 무력감만 노출하고 있다. 한때 실각 위기에 몰렸다가 하마스·헤즈볼라의 핵심 요인들에 대한 암살 성공으로 기사회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중동 지역 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년 전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민간인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았다. 인질 중 101명이 지금까지도 억류 중이며 30% 정도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5일(현지시간) 기준 4만1825명, 부상자는 9만6910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내 기반시설이 파괴된 데다 인도적 물자 반입도 막히면서 주민들은 식량 부족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전체 인구(200만명)의 2%에 해당한다. 총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로 따지면 가자지구 전쟁은 21세기 들어 가장 잔혹한 전쟁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분석했다. 시리아 내전의 총인구 대비 사망자가 13년간 2%, 이라크 전쟁은 20년간 1%, 우크라이나 전쟁은 약 2년반 동안 0.45%인 것과 비교하면 가자지구 전쟁은 짧은 기간에 많은 인원이 사망한 셈이다.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헤즈볼라 본거지인 레바논까지 확대되면서 레바논 민간인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4일 기준 이스라엘군 폭격에 따른 레바논 내 사망자는 2023명, 부상자는 95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주거지역 폭격을 서슴지 않는 데다 주민 대피를 위한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고 있어 민간인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중재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프랑스가 마련한 휴전 중재안을 걷어차고 헤즈볼라 1인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면서 미국의 리더십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이란의 대이스라엘 탄도미사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빌미로 친이란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을 무력화시켜 중동 정세를 재편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도시와 국민을 겨냥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반격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연립여당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과반 지지율을 얻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