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표차 부결됐던 쌍특검, 6표차로 뚝… 헐거워지는 방어선

입력 2024-10-07 00:18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거대 야당의 특검 공세에 대한 108석 소수 여당의 ‘거부권 방어선’이 점점 헐거워지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은 올해 들어서만 각각 두 차례, 세 차례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국회 재표결’을 거쳐 부결됐지만 본회의 표결이 거듭될수록 찬성표가 늘면서 재의결 정족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당론 부결’로 버텨온 여당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야당의 추가 특검 공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상황 직시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처음 본회의장에서 부결된 건 21대 국회 때인 지난 2월 29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법안을 놓고 여야 의원 281명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결과는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였다. 재의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당시 특검법 가결정족수는 188명으로 통과까지는 17표가 더 필요했다. 거대 야당으로서도 거부권의 벽이 제법 높았던 셈이다.


채상병 특검법 역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였던 지난 5월 28일 재표결에서 총투표수 294표에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찬성표와 가결정족수는 17표 차로 2월 말 김건희 특검법 때와 같았다.

그런데 22대 들어 여당 의석이 이전 113석에서 108석으로 줄면서 사정 변경이 생겼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다시 속도를 냈고, 특검법은 폐기된 지 두 달도 안 된 7월 25일 다시 재표결에 부쳐졌다. 당시 여야 의원 29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가 나왔다. 부결은 됐지만 찬성표와 가결정족수 격차는 6표로 확 줄었다. 여당에서는 4선의 안철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무기명투표에선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여당 지도부는 일부 의원의 기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일 본회의에서도 또다시 찬성 194표, 반대 104표로 최소 4명의 여당 내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날 표결에 올려진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여당 내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이 없었음에도 역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한 대구·경북 지역 여당 의원은 6일 “내부적으로 김 여사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혔던 동료 의원이 없었기에 표결 결과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특검법 내용에 문제가 있으니 부결된 것이지만 김 여사 문제도 이대로만 가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경고음”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관계자도 “야당이 (특검법을) 계속 두드릴수록 이탈표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당과 대통령실이 서둘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