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에서 19년째 사역하고 있는 문교부(55) 지산중앙교회 목사는 섬 목회자들의 가장 큰 애환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목회여건의 악화를 꼽았다.
올 초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목포노회장을 맡았던 문 목사는 “농·산·어촌 가운데 교인 감소와 고령화는 어촌지역이 가장 심각하다”면서 “교인이 없으니 목회지를 찾는 목회자도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섬 목회자 상당수가 설교만 담당하는 은퇴목회자로 채워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도 인근 조도의 곤우교회에서 2년째 목회 중인 정정일(63) 목사는 눈길을 끈다. 조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더 들어가야 만나는 작은 섬이다. 3년 전 곤우마을에 첫발을 디뎠던 정 목사는 당시 장로 신분이었다. 20년간 장로로 섬겨 왔던 그는 은퇴 후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며 낙도에서 붕어빵 선교에 나선 것이다.
그의 섬김과 헌신에 감동한 한 성도가 교회 건축을 위한 땅을 기증했고 정 목사는 느즈막이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섬 목회의 고비라고 하는 ‘낙도 목회 2년차’인 그가 꼽은 사역의 어려움은 “육지와 단절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말씀과 모임이 한정됐다”는 것이었다.
낙도선교회(대표 박원희 목사)는 정 목사처럼 섬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7일부터 사흘간 전남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섬 목회자를 위한 말씀사경회’다. 진도를 비롯해 완도와 죽도, 조도, 관사도 등 총 21개 섬교회 목사 부부가 한자리에 모이는데, 낙도선교회가 출범한 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지 교계 차원에서도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통팔달 이어지는 육지의 교통 여건과 달리 여객선이 자주 다니지 않는 도서지역 특성상 날씨 영향으로 배가 안 뜨면 발이 꽁꽁 묶이고 만다. 형편이 열악한 섬 목회자들이 한데 모인다 하더라도 비용을 감당하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다.
낙도선교회 완도 지역을 맡고 있는 ‘등대 3호’(섬지역 담당자)의 이정환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년 전부터 섬 목회자들에게 영성 세미나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면서 “재정적 지원을 해줄 분을 수소문하던 중 신부산교회(조정희 목사)의 지원으로 사경회를 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완도지역 80여개 교회 중 절반에 달하는 40여 교회는 목회자가 사례비 없이 목회하고 있다.
이 목사는 “육지에서 진행하는 영적 세미나가 많지만 섬 목회자들은 육지로 나가는 비용, 참가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낙도선교회에 따르면 국내 유인도에 있는 섬교회는 약 440곳에 달하지만 저마다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목회자가 없고 젊은이들이 없고 헌금이 없는 ‘3무 목회’를 감내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25년째 진도 관사도교회를 맡고 있는 김요셉(58) 목사는 조도에 있는 교회 27곳을 순회하며 목회하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교회 가운데 75%(20개 교회)는 사역자가 없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70세일 정도로 고령화됐다. 이 때문에 제자교육을 하기도, 안정적으로 교회재정을 운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육지에서 섬으로 부임하는 목회자 대부분이 2년을 채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경회는 목회자 사모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사모들이 강의 사이마다 대표기도를 맡는다. 김혜영 진도 나배도교회 사모는 “주민들이 매일같이 교회 문에 갈치 문어 등 각종 해산물을 걸어놓고 가실 정도로 교회와 우리 가족을 좋아하지만 오랜 세월 쌓여온 미신이나 생활습관 때문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려워하신다”며 “낙심될 때도 있지만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리며 단기선교를 오는 교회들의 도움을 얻어 한 영혼을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희 목사는 “대부분 목회자 세미나는 목사 중심인데, 사모의 영성이 건강해야 섬 목회를 감당할 수 있다”면서 “사경회 마지막 날 섬 목회자 부부가 데이트할 수 있도록 시간과 비용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귀띔했다.
박윤서 박용미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