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혼을 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또 “말해도 안 되면 징치(징계해 다스림)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 탄핵’이란 단어를 쓰진 않았고, 민주당도 6일 ‘일반론’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정부 비판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대통령 탄핵을 연상케 하는 말을 한 것은 도를 넘은 정치 행위다. 그런 말들이 단순히 정권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자칫 헌정 질서를 불안정하게 하고, 대외적으로도 나라의 위상을 깎아내릴 수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 연대’를 꾸리거나 국회 안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열어 논란이 됐는데,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거드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은 제1당 대표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 자꾸 그럴수록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의 벽을 높이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의심만 더 살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늘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돼 걱정이 앞선다. 국감은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 차원에서 예산 집행의 적절성과 정책 추진 현황 등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기회다. 하지만 벌써부터 야당은 ‘김건희 여사 심판 국감’으로, 여당은 ‘이 대표 사법 방탄 끝장 국감’으로 초점을 맞추고 정면 충돌할 태세다. 여기에 더해 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고 동시에 거부권에서 자유로운 상설특검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도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비롯한 전임 정권에 있었던 사안까지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국감은 순기능보다는 극심한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될 개연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막말과 국감 파행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하지만 26일의 국감 기간에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기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안팎으로 아주 위중하다. 의·정 갈등과 어려운 서민 경제, 핵심 산업계의 위축, 북한의 위협, 국제 정세 불안 등 신경 써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감에서 정쟁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17개 상임위원회 대부분이 정치 공세에만 매달려선 곤란하다. 부딪칠 땐 부딪치더라도 민생과 관련된 부분은 국감 중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또 비난과 폭로에만 그치지 말고 대안도 함께 제시하는 생산적인 국감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