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레이크 없는 중동전쟁 1년,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참화

입력 2024-10-07 00:31
지난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의 기습 테러로 중동이 전쟁에 휩싸인 지 꼭 1년 됐다. 이스라엘인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한 테러는 피의 보복을 불렀다. 이스라엘의 전면전에 가자지구가 초토화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4만명 넘게 사망했고(1만여명은 어린이) 부상자는 10만명에 육박했다. 가자 인구의 96%가 기아 위험에 처한 인도적 재난에도 화약고의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레바논으로 전장을 옮겨 벌써 1만명 가까운 사상자를 낳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코앞까지 왔다.

5차 중동전쟁의 전운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시사점은 세 가지다. ①이스라엘의 전쟁 억지력에 구멍을 낸 것은 정치적 분열과 혼란이었다. 적대세력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1~4차 중동전쟁에서 군사력과 정보력의 우위를 입증하며 쉽게 넘볼 수 없는 억지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감행한 선제 테러는 수십년 유지해온 그 힘에 허점이 생겼음을 뜻한다. 속수무책 당한 이스라엘은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와 극우연정을 놓고 몇 달째 반정부시위가 계속된 정치적 내전 상태였다.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적의 공격을 눈치조차 못 채는 안보 공백을 불렀다.

②한번 무너진 억지력을 회복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 전선을 확대하며 전쟁을 도발하는 쪽은 이스라엘이다. 영사관 폭격과 테헤란 암살로 이란을 끌어들이고, ‘삐삐 폭탄’으로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나서고, 후티에 홍해 넘어 공습을 퍼부으며 네 개의 적과 한꺼번에 싸우고 있다. 중동 확전에 우방국 지지를 잃고 비인도적 전쟁에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러는 까닭은, 한번 얕보인 상대에게 다시 억지력을 가지려면 새로운 ‘전쟁의 기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민은 끝 모를 전쟁에 휘말려 안보 실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③국제사회는 전쟁을 제어할 힘을 잃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에 유엔은 유명무실해졌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의 장기화에서 보듯 미국의 영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세계화 질서가 해체하면서 이런 양상은 앞으로 더욱 고착화할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언제든 북한을 마주한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쟁을 억지할 힘을 갖춰야 하고, 그 힘을 갉아먹는 내부의 분열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