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우위에도… ‘2016년 악몽’ 안심 못하는 해리스

입력 2024-10-07 00:13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허리케인 피해 상황을 살펴본 뒤 전용기에 오르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방탄유리에 둘러싸인 채 연설하는 모습. AFP·UPI연합뉴스

미국 대선(11월 5일)을 30일 앞둔 시점에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통계 사이트에서도 해리스의 승리 확률이 트럼프보다 약간 높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여론조사보다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또 해리스의 현재 지지율은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선거 전문가들과 민주·공화 양당의 누구도 대선 승자를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사 NPR과 PBS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적극 투표층(1294명, 오차범위 ±3.7% 포인트)에서 50%대 48%로 트럼프를 2% 포인트 앞섰다. 에머슨대의 최신 조사(1000명, 오차범위 ±3.0% 포인트)에서도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은 50%대 48%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라스무센 리포트 조사(1762명, 오차범위 ±2.0% 포인트)에서는 트럼프가 49%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47%)를 2% 포인트 앞섰다.

선거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5일 기준 해리스 지지율은 48.4%로 트럼프(45.9%)보다 2.5% 포인트 높다.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가 만든 실버불레틴 집계에서도 해리스 지지율은 49.3%로 트럼프(46.2%)를 소폭 앞섰다.


뉴욕타임스(NYT)의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선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네바다·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 1~2% 포인트 앞서고,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주에선 트럼프가 1~2% 포인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해리스 우세주 선거인단은 226명, 트럼프 우세주는 219명이다. 93명이 걸린 경합주 승부 결과가 현재 여론조사대로 나올 경우 해리스는 276명(과반 270명)을 얻어 승리한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여론조사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우세했지만 실제 선거에선 트럼프에게 패배(2016년)하거나 고전(2020년)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의회전문 매체 더힐에 “2016년과 2020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바이든은 트럼프에 비해 더 나온 성적을 거뒀다”며 “하지만 해리스의 현재 성적은 그렇지 않다. 이건 불길한 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던 10월 9~12일 여론조사(NBC·WSJ)에서 53%를 얻어 트럼프(42%)를 11% 포인트나 앞섰고, 선거일까지 10% 안팎 우위를 유지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 기준 선거일(11월 3일) 바이든의 지지율 평균은 51.8%, 트럼프는 43.4%로 8.4% 포인트 차였다. 경합주 여론조사도 대부분 바이든이 우세했다. 당시 12개 주가 접전지로 분류됐는데 바이든은 9개 주에서 앞섰다.

하지만 선거일에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바이든의 승리가 예상됐던 경합주 9곳 가운데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를 가져갔다. 또 조지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에서 1% 포인트 안팎 차이로 석패했는데, 그 가운데 두세 곳의 결과만 뒤집혔어도 대선 승자는 트럼프였다.

2016년 대선은 민주당에 더 악몽 같은 선거였다. 당시 클린턴은 트럼프를 상대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인 우위를 보였다. NYT는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85%로, 파이브서티에이트는 71.4%로 예상했다. 이 밖에 주요 언론 및 통계 사이트가 모두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당시 공화당 일인자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상하원 선거에 집중하겠다”며 대선 포기를 선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트럼프는 전국 득표율에선 46.1%로 클린턴(48.2%)에게 밀렸지만 오하이오·플로리다 등 접전지뿐 아니라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클린턴 우세주까지 휩쓸었다.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306명으로 클린턴(232명)을 압도했다.

더힐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약 4% 포인트 앞서고 있다”며 “6개 접전지에선 경합이 예전보다 더 치열해 과거와 같은 여론조사 오류가 발생하면 트럼프가 더 우세한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