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누구나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며 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년 동안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면, 앞으로 5년은 존엄한 죽음이 보편적 사회보장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호스피스 확산에 힘쓰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지금보다 입원형은 15개, 가정형은 41개, 자문형은 116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가정형 호스피스와 지역사회 방문 의료를 연계해 재택임종을 늘려갈 뜻을 비쳤다.
대한민국 국민은 생각보다 집에서 죽기를 원치 않는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 37.7%만 집을 선호했고 나머지는 병원, 호스피스 기관, 요양 병원, 장기요양 시설 등을 임종 장소로 꼽았다. 임종 과정에서의 고통, 가족들의 간호 부담, 번거로운 법적 절차들 때문에 재택 임종을 꺼렸다. 연구 결과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웃 주민들과의 유대감이 낮은 대도시일수록, 자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노인들일수록 집보다는 병원이나 시설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집으로 직접 방문해 말기 환자를 돌보는 가정형 호스피스 의사로서 필자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보호자들은 환자의 의식이 떨어지면 병원에 입원시켜 돌보길 원했다. 처음부터 입원을 원했으나 입원실이 없어 집에서 지내며 입원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2023년 복지부의 호스피스 연례보고서를 보면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자 1912명 중 68%가 중간에 병원으로 입원해 마지막을 보냈다. 무엇보다 집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일 경우 환자는 종일 의미 없이 감옥처럼 자리에 누워 지냈다. 특히 섬망과 불면으로 밤낮이 바뀌면 보호자들 역시 잠을 잘 수 없어 고통이 너무 컸다.
보건 당국은 생애 말기의 노인과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할수록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크기에 어떻게든 집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입원형 호스피스보다는 가정형 호스피스나 재택의료기관 확대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 구조와 국민 90%가 도시에 살고 도시 주민 상당수는 임대 거주자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작정 입원을 억제하는 정책이 과연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보장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