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유입? 이탈?… 韓 세계국채지수 ‘운명의 9일’

입력 2024-10-07 02:01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가 9일(한국시간) 다시 한번 결정된다. 편입 확정 시 대규모 글로벌 자금이 한국 국채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물꼬가 열리는 만큼 정부는 국채·외환시장 제도 개선 작업에 공을 들여 왔다. 다만 업계에선 WGBI 편입을 위한 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시장 접근성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해 편입 시점이 내년 초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그룹은 9일 새벽 5시쯤 정례 시장분류를 발표한다. FTSE 러셀은 해마다 3월과 9월 반기 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의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번엔 9월 발표가 이례적으로 밀렸다.

한국 정부는 이번 WGBI 지수 편입을 위해 글로벌 기준에 따라 제도 개선을 단행했다. 지난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거래 편의성을 높인 게 대표적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도 지난해 12월 폐지했다. 외환시장 거래 시간은 지난 7월부터 오전 9시~다음 날 오전 2시까지로 연장했다. 셋 모두 FTSE 러셀 측이 요구한 조치다.

이번 도전은 한국이 2022년 9월 편입 예비 후보인 관찰대상국에 오른 후 네 번째다. 편입 성공 시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2조5000억 달러)의 2%가량인 약 500억 달러(67조원)가 한국 국채 시장에 유입돼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국이 정성 평가 측면에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이라는 정성적인 요소의 특성상 참여자들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4일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내년으로 내다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WGBI 발표와 더불어 FTSE 러셀의 국가 주식시장 분류도 함께 발표된다. FTSE 러셀은 이제껏 한국증시를 ‘선진지수’로 분류해왔는데, 일각에선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찰대상국 지정 후 일정 기간 지적 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선진시장에서 선진신흥시장으로 지위가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FTSE 러셀은 각국 증시를 선진시장, 선진 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네 단계로 분류한다.

주식시장 분류에 있어선 한국 정부의 공매도 재개 관련 조처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지난달 25일 ‘공매도 통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4일 한국증권금융과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 상환 기간 제한’을 위한 업무규정을 마련하고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