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6일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인 데 대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도 경고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참석하는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정치·안보·교역·투자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에 앞서 AP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안보리 결의와 국제규범을 위반하면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워싱턴선언을 기반으로 구축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국인 필리핀으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수도 마닐라에 도착했다. 한국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2011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약 13년 만의 일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해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 협력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 도착 직후 국빈방문의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고, 이어 재필리핀 동포 200여명과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은 6·25전쟁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병력을 아시아에서 파병해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준 고마운 친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K-팝과 K-드라마를 즐기고 있다”며 “양국 간에 유대와 우정이 돈독해지게 된 데에는 우리 동포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7일에는 필리핀의 독립 영웅 호세 리살을 기리는 ‘리살 기념비’에 헌화한 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필리핀의 대형 인프라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마닐라=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