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 상 여성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하는 딥페이크 피해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딥페이크 제작·유포 혐의자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딥페이크 피해 예방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과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대표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등록의견란에는 7만건이 넘는 찬반 의견이 게재됐다. 반대파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찬성파는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정 입법안을 두고 이 정도로 많은 의견이 개진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가 지난달 2일 발의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관련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1만786건)이나 조국혁신당이 지난 7월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5995건)에서도 대립이 이 정도로 격화된 적은 없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불법·허위영상물(딥페이크)이 올라오는 서버나 해당 영상물 제작·유통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인터넷 회선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 의원은 “불법합성물을 제작해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수십만명이 참여하고 있고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범죄가 되고 있다”며 “피의자의 인터넷 회선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해 딥페이크 범죄물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것을 적시에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입법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1항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신설하도록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범죄 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목록을 규정하는데, 여기에 성범죄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정부·수사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과한 우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를 보면 통신감청은 검사의 청구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근거로 수사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합성물은 제작·유포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일단 퍼지기 시작되면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오 교수는 “공격적인 수사에 반대하는 이들도 정작 자신의 아내나 딸이 딥페이크 피해를 입으면 입장이 달라지지 않겠나. 딥페이크나 마약같이 사회적 해악과 후유증이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온라인 딥페이크 범죄는 익명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수사가 매우 어렵다”며 “신속한 수사와 피해 예방을 위해 사전적·공격적인 예방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