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성도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는 안내자일 뿐”

입력 2024-10-07 03:07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하늘숲교회에서 만난 김기성 목사. 김 목사는 “교회에 다니는 많은 이가 교회를 비판하는데 크리스천에게 교회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회는 우리가 항상 낮은 자세로 섬겨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8월 12~15일 인천 수정교회(이성준 목사)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비전 콘퍼런스’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무대의 주인공이 목회자가 아닌 성도들이었기 때문이다. 연단에 오른 이들은 저마다 하나님을 믿은 뒤 경험한 놀라운 삶의 변화와 자신들이 체험한 기적의 스토리를 들려줬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600명 넘는 목회자와 성도들은 감동적인 간증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때론 함성도 지르면서 하나님의 뜻을 되새겼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경기도 고양 하늘숲교회(김기성 목사)였다. 지난달 30일 하늘숲교회에서 만난 김기성(57) 목사는 “성도들이 직접 경험한 기적과 은혜를 전하는 것보다 파급력 강한 이야기는 없다”면서 자신의 목회 철학을 자세하게 들려줬다.

“교회는 목사가 이끄는 게 아니다”

우선 하늘숲교회가 어떤 곳인지부터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이 교회는 서울신대를 나와 서울의 몇몇 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던 김 목사가 마흔 살이던 2007년 5월에 개척한 교회다. 설립 당시 출석 성도는 겨우 6명. 하지만 교회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고 현재는 재적 교인이 1000명에 달하고 출석 성도는 500명이 넘는 중형교회로 자리 잡았다. 성도의 70%가 이른바 ‘3040 세대’라는 것도 특징이다. 한창 아이를 기르는 성도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교회학교도 부흥하고 있다.

김 목사가 전한 교회 성장 비결은 간단했다. 그는 “목사가 부흥을 위해 발버둥 치면 성도들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돕는 안내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부흥은 건축과 비슷해요. 기초를 잘 다져야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듯 일단은 하나님의 제자가 된 성도들이 많아야 해요. 예수님을 생각해보세요. 열두 제자를 세우고 양육하고 훈련한 덕분에 초대교회의 부흥이 가능했잖아요.”

제자 훈련이 곧 부흥의 비법이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이 교회는 성도들이 전도에 적극적인 교회로 유명하다. 김 목사가 전도에 나설 것을 강요하지 않는 데도 성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고 ‘관계 전도’에도 최선을 다한다. 김 목사는 이 같은 전도를 통해 인터뷰 전날인 지난달 29일 주일예배에 처음 출석한 사람들 명단이 적힌 메모를 보여줬는데 그 수가 무려 29명에 달했다. 메모엔 사람들의 이름을 비롯해 이들이 교회에 나오게 된 경위나 특이사항 등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교회 부흥은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직 성령만이 그 일을 할 수 있어요. 성도들이 성령에 순종하고 하나님 말씀을 좇으면 저절로 부흥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3가지 역할

김 목사는 전북 군산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곤 했고 급기야 김 목사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지할 곳 없던 어머니는 교회로 향했고 김 목사도 어머니의 강요에 마지못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신앙이 굳건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하나님을 구주로 영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참가한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만나면서였다. 그는 목회자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예수님을 믿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아버지가 교회를 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목회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서울 양천구에 있던 하늘숲교회는 경기도 고양 덕양구 신원지구에 종교부지를 매입하면서 2022년 8월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아직 독립된 예배당을 건축하진 않았기에 현재 이 교회는 이 지역에 있는 한 빌딩에 둥지를 틀고 있다. 빌딩 10층에 있는 991㎡(약 300평) 크기의 공간에 예배당이 있고 건물 4층에는 198㎡(약 60평) 정도 되는 교육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가 서울에서 고양으로 이전했지만 성도들의 이탈률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교회를 이전한 뒤 성도들은 직접 교회 인테리어 작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34일간 성도들이 직접 뜯고 고친 교회 곳곳엔 교회를 향한 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다.

인터뷰에서 김 목사는 교회의 3가지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천국 복음’을 전하는 것,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쳐 그들이 하나님의 제자가 되도록 하는 것, 성령의 능력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들 3가지를 절묘하게 선보이는 곳으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를 꼽았다. 특히 이 교회 설립자인 조용기(1936~2021) 목사는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었다.

“소속 교단은 다르지만 조 목사님의 말씀과 사역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꿈을 꿔야 한다는 것, 말씀을 선포하고 항상 주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조 목사님 덕분에 꿈에 취하면 그때부터 성령이 모든 일을 한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됐어요.”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