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인 배터리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완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업종이 아님에도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인천 송도 전기차 화재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사업을 본격화하고 신규 브랜드 ‘B.around(비.어라운드)’를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6일 “고객사는 물론이고 최종 소비자의 가장 가까운 곁에 머물며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선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SK온은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배터리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캐릭터 중 아이들에게 친숙한 ‘번개맨’ 같은 인물을 섭외해 SK온의 배터리를 소개하는 식이다. SK온 유튜브에는 유명 댄서 아이키가 SK온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B급 콘텐츠도 있다. 최근에는 야구선수 출신 유명인을 섭외해 사내야구단을 운영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행보도 이전과 다르다. 지난 8월 중국 CATL은 청두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CATL 배터리를 탑재한 50개 자동차 브랜드의 100개 모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리핑 CATL 부회장은 매장 개막식 연설에서 “소비자의 사고방식이 대대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CATL이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이후로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직접 알아보고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이에 배터리 업체들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