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침 온라인으로 모여 각자 작업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각자 할 일을 하되 지각이나 결석에는 페널티가 없다. 사정이 생겨 늦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러기로 한다. 미리 통보하면 그뿐이다. 말없이 시작하며 끝날 때에는 오늘 각자 무슨 일을 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작업기를 공유하며 서로 격려하거나 응원하며 마무리한다.
나는 주로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쓴다. 가끔은 편하게 졸기도 하고 딴짓을 하기도 하지만 들쑥날쑥하던 기상 시간이 일정해졌다. 작업 시간을 마친 뒤 함께 후기를 나누는 덕분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집중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친구들이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 알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에 세 시간은 무엇을 할지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삶은 변수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혼란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어떤 것들을 상수로 전환하려 노력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는 등 흔히 말하는 루틴의 형성이다.
작업모임에서 지각과 결석이 자유롭다는 것은 상수를 다시 부드럽게 변수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수는 무한하다. 삶이 무한한 가능성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압도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거대한 가능성들의 홍수 앞에서 한없이 연약하고, 현대물리학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실은 우리 자신의 존재 여부조차 가능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수들의 홍수 속에서 애써 상수를 만들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수많은 위험과 가능성들을 감수하는 것이 인간의 강한 면이 아닐까. 변화와 혼돈 속에서도 작은 루틴으로 일상과 마음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좋은 루틴은 혼자됨과 함께함이 혼재한 형태여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하게 됐다. 상수든 변수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