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증가율, 물가에 연동 성과… 트럼프 재집권은 변수

입력 2024-10-05 00:17
국민일보DB

외교전문가들은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타결 결과를 놓고 “선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다음 달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건 큰 변수로 꼽힌다.

외교부는 4일 “한·미가 기존 SMA 틀을 유지하면서 현행 국방비 증가율(11차 협정 기간 중 평균 4.3%) 대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2%대 전망)을 연간 증가율로 하고 상한선을 재도입한 것은 이번 협상의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정부 평가에 대체로 동의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직전 협상 때 첫해 총액 인상분이 13.9%였으니까 이번에 8.3%로 책정된 건 상당히 많이 낮춘 것이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잘한 협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연간 증가율 및 상한선 재설정에 초점을 맞췄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트럼프정부 때 압박에 못 이겨 연간 증가율 지수를 국방비 증가율로 설정해 지급해왔는데, 이에 따른 한국 내부의 비판 여론이 매우 컸다”면서 “다시 물가상승률로 하향 조정했으니 이상적 변화”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초기 금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연간 인상률”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로 정하고 상한선(캡)까지 씌워 5% 이상은 올릴 수 없도록 했다는 건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는 경우 이번 협상을 부정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근 트럼프 후보 측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규모를 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현재는 2.5% 수준이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최대치를 얻어내기 위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가 재집권에 실패해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후보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번 협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박 교수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협상을 번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양국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정부가 미국 대선 전에 끝내려고 했던 것”이라며 “지금도 공화당에는 트럼프 지지자들로 꽉 차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8.3%로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지금의 협상은 그대로 두되, 새로운 협상의 틀을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 간 협약이 발효하면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조약의 지위를 갖게 된다”며 “법적 효력을 지니는 것이라 법적 안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방위비 분담금을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바꾸는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총액형이 아니라 개별 항목을 논의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협상했어야 한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회에서도 지적하는 사안이라 미국 측에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