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의료계에 전제조건이나 사전적 의제를 정하지 말고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2026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의료계는 최근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2026년도 감원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의료계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제시하거나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는 식으로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은 2025년 의대 증원 철회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7개월간 이어져 온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정부도 더 열린 자세로 진정성 있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 참여도 당부했다. 박 차관은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검토했다며 의료계가 추천한 전문가가 과반이 되도록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놓은 2000명 증원이 오답이라면 1500명이든, 1000명이든 새로운 답을 내 달라”며 “원점에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이 계산해 보자”고 제안했다. 장 수석은 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과반수 위원을 의료계로부터 추천받겠다는 건 공정하게 정원을 계산해 볼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2025학년도 정원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시 입시가 진행 중인 만큼 사실상 활시위를 떠났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2025년도 의대 증원으로 인한 교육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면 2026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인력수급추계위원회 참여 전제조건으로 ‘의결기구 참여’ 보장을 내걸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그 간극은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26년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 만큼 의료계가 2025년 증원 철회 주장에서만 벗어나면 협의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추산한 적정 의료인력 규모가 국민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의정갈등이 지속될 이유가 없다. 의료계는 한시라도 빨리 정부와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의정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의료계의 결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