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조건 없이 일단 만나 대화하자”… 의대 증원 문제도 논의 가능성 시사

입력 2024-10-04 00:17 수정 2024-10-04 00:17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연이어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의제나 전제조건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 요구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 의장은 의료공백 해법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은 한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결심과 이번에 이 문제를 꼭 해결하자는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입시가 이미 시작됐고, 의대생 휴학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제는 진짜 시간이 없다. 우선 한자리에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총리는 “정부는 여당과 협의하며 의료계에 전제조건이나 사전 의제 없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의료계도 적극 참여해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협의체에서 의제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한 총리는 이후 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의제를 정하지 않고,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모두 다 참여해 정말 진솔한 방안과 협의를 논의해보자”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회동 뒤 “여·야·의·정 협의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총리가 협의체 출범에 있어서 의제 제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셨다.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다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은 의료 개혁의 다섯 가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거기에 매몰돼 의료계가 요구해오던 다른 일들 전체가 보틀넥(병목)에 걸려야 하는 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기관 세 곳의 공통 의견이 2035년까지 1만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증원) 속도는 당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여전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아예 논의가 불가하다는 것과 협의체 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얘기해 보자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이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