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국민마라톤대회가 열린 3일 서울 여의도공원은 새벽부터 기대에 찬 참가자들로 붐볐다. 참가자 1만9850명은 가볍게 발을 구르며 몸을 풀거나 부상을 막기 위해 무릎에 테이핑을 하며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국제국민마라톤대회는 하프 코스와 10㎞ 코스 외에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3.6㎞ 코스가 마련됐다. 하프 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박성환(70)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 이규진(7)군과 함께 3.6㎞ 코스를 뛰었다. 박씨는 “평소 손자가 태권도도 열심히 하고 운동에 관심이 많아 함께 도전하게 됐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함께 도전하는 코스를 높여가고 싶다”고 말했다.
유아차에 탄 어린 자녀와 함께 달리는 ‘캥거루 크루’도 눈에 띄었다. 이 크루 소속 30개 가족이 참가했다. 크루 회장을 맡은 안정은(32)씨는 남편, 13개월된 딸 이로하양과 대회장을 찾았다. 다섯 번째 동반 출전이다. 시작 전 유아차에 물과 간식을 챙기던 안씨는 “완주하려면 아이들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1시간가량 달리는 동안 아이들이 배고프거나 힘들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원들은 출발 전 “기록보다 아이와 함께 달리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강한 엄마 아빠 모습을 보여주자”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약 1시간10분 만에 10㎞ 코스를 완주한 안씨는 “로하가 컨디션이 좋고, 날씨도 화창해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특히 함께 한강 다리를 건널 때 풍경이 아름다워 행복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참가자들도 대회를 빛냈다. 시각장애인 50여명이 그들의 눈이 돼 주는 가이드 러너인 ‘빛나눔’과 함께 참여했다. 시각장애인 이민규(40)씨는 빛나눔 김해경(46)씨와 노란색 줄로 손을 연결한 채 하프 코스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씨는 줄을 들어 보이며 “우리는 이걸 희망의 끈이라고 부른다”며 “빛나눔 도움 덕에 대회를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약 20년 전 시력이 나빠져 지금은 사물의 형체 정도만 분간할 수 있다. 이씨는 2016년 11월 그리스에서 마라톤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도시를 뛰며 들이마셨던 상쾌한 공기와 대회 내내 울려 퍼진 기타 연주에 매료됐다. 이씨는 이날 8년 전 그리스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이씨는 “김혜경씨가 뛰면서 ‘지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고 했는데 그 좋은 날씨가 피부로 느껴졌다”며 “서울 시내를 누비는 동안 100명 넘는 시민으로부터 ‘파이팅’ 응원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말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최종 모의고사와 같았는데, 결국 개인 기록을 5분이나 단축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대회에는 71개팀이 단체 참가자로 접수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무대 양쪽에 단체 참가자를 위한 별도의 부스 공간이 마련됐다. ‘불광천 러닝크루’ 소속 임현주(26)씨는 “5~6번 하프 코스를 뛰어 봤는데, 이렇게 30여명이 함께 접수하고 부스를 별도로 배정받은 건 처음이라 설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50대 이상 회원이 주를 이루는 ‘영등포사랑마라톤’ 회원 25명은 다 같이 ‘영사마’라고 쓰인 형광색 조끼를 맞춰 입었다. 감독을 맡은 전모(51)씨는 “이번 대회는 도심 접근성도 좋고 시내를 뛴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며 “첫 대회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놀랍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승연 윤예솔 최원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