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다 가진 느낌이었어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4)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2024 국제국민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뒤 환히 웃었다. 그가 이번에 도전한 거리는 3.6㎞의 국민가족런 코스.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인 그가 선수 시절 뛰었던 42.195㎞의 10분의 1 정도의 거리다.
난치병 근육긴장이상증으로 투병 중인 지금의 몸 상태로는 마냥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이봉주는 “정말 오랜만에 뛰어서 처음엔 무릎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었는데 뛰다 보니 몸이 풀렸다”며 “대회를 앞두고 조금씩 연습한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병마를 이겨내는 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됐던 가족들도 함께 달렸다. 아내 김미순씨는 이봉주와 함께 3.6㎞ 코스에, 아들 이승진씨는 10㎞ 코스에 도전했다. 세 가족이 마라톤 대회에서 같이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발선 맨 끝에 선 이봉주의 주위로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섰다. 자신의 몸만큼이나 큰 배번을 부착한 어린이 참가자들은 보호자를 따라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준비 운동부터 열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건 3.6㎞ 국민가족런 코스였다. 하프, 10㎞는 성인들만 누릴 수 있지만, 국민가족런 코스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친화형 코스였다. 아내와 세 아들과 함께 참가한 최동권(42)씨는 4살 쌍둥이는 유아차에 싣고, 7살 아들은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뛰었다. 최씨는 “혼자였으면 10㎞를 뛰었겠지만 가족들과 처음으로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어 3.6㎞ 코스에 등록했다”고 전했다. 자녀의 첫 마라톤 현장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는 보호자와 색색의 깃발을 든 런닝 크루 동호인의 응원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도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의도공원 광장은 각종 홍보 부스에 참여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마사지 부스와 메달 각인 부스, 친환경 사과와 음료 등 기념품을 제공하는 부스 앞으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동율씨는 테이핑과 마사지 부스를 운영해 참가자들의 스포츠상해 예방에 나섰다. 이씨는 “이번 대회에선 유독 어린 참가자들이 부스에 많이 찾아줬다”며 “임춘애, 이봉주 등 레전드 선수들도 방문했는데 마사지를 받고 무척 만족스러워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무사히 완주를 마친 이봉주는 “목에 메달을 건 지도 5년 만인 것 같다”며 “오늘은 3.6㎞를 완주했으니 다음에는 10㎞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