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지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도 “특검법은 부결돼야 한다”며 저지 단일대오에 힘을 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의 시간”이라고 한 대표를 직접 압박하면서 여당 내부 흔들기에 전력했다.
한 대표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부결시키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당원들, 그리고 당 의원들께도 그런 설득을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을 것이고, 당에서도 생각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키려 하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모든 걸 정하고 민주당 마음대로 하는 특검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특검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면 사법질서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번 재표결에서도 방어선이 무너질 정도의 이탈표는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도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우려 표명이나 김 여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것과 수사를 전제로 한 특검법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중진 의원은 “사과가 필요한 것과 우리가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할 경우 대응 방침을 묻는 질문에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김 여사와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선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여러분의 생각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야당은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일(4일) 본회의까지는 한동훈의 시간”이라며 “그나마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며 아주 작은 원이라도 구심점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더 이상 ‘김건희 왕국’에 부역하지 말고 특검법 처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장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법안 재발의 및 본회의 처리까지 겨냥한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등이 이번에도 부결돼 폐기되면 이달 법안을 재발의해 11월 국회에서 다시 표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통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부각하고 ‘스모킹건’을 찾아내 특검법 관철을 위한 동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두드리면 결국 언젠가는 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우진 박장군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