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의 공시 정정을 놓고 한국거래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가 된 금양의 몽골 광산 투자 공시를 그대로 받아준 거래소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유가시장본부는 지난 2일 장 마감 후 금양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앞으로 거래정지나 관리종목 지정 등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금양은 지난해도 자기주식 처분 계획을 공시 전 유튜브 채널에 밝힌 것이 문제가 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 5월 10일 몽골 광산개발 회사 몽라(Monlaa LLC)의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공시가 문제 됐다. 당시 금양은 몽라 투자로 올해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1609억원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 다음 날 금양 주가는 18.12% 급등했다.
하지만 금양은 지난달 27일 정정 공시를 통해 종전 실적 전망보다 백 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든 매출 65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제시했다. 급감한 실적 추정치에 거래소는 최초 몽골 광산개발 회사 투자 공시를 ‘거짓 또는 잘못’으로 규정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래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최초 공시가 투자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광산 위치조차 없는 부실한 공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금양의 주장만 담긴 공시를 허락했다. 거래소는 공시의 진위까지 검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사후 벌점을 부과하는 현 방식으로는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을 통해 금양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 3만5303명 중 93.16%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가 뒤늦게 공시 내용을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상장사 임원은 3일 “금양이 MOU 공시 등으로 주가를 올리니, 이제는 자율공시나 MOU 공시 등은 자제하라고 (거래소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