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27년, 서울 세움 70년… 한국 대학 교육의 ‘새 길’ 개척

입력 2024-10-04 02:01
지난 5월 2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난 뒤 참석자들이 본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70년 전인 1954년 5월 10일 숭실대 개교식(위 작은 사진) 당시와 동일한 구도로 촬영했다. 숭실대 제공

숭실대는 올해 개교 127주년을 맞았다. 2024년 올해는 숭실대가 서울에서 다시 세워진 지 7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1897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평양에서 시작된 숭실대의 역사는 1954년 서울에 새로운 터를 열면서 그 맥을 이어왔다.

1938년 3월 숭실대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당시 기독교 사립대학 중 유일하게 자진 폐교를 단행했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재건 운동이 시작되자 숭실대는 1954년 정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아 폐교 16년 만에 다시 서울에 터를 잡았다.

초기에는 학교 부지와 건물이 없어 영락교회 예배당을 임시교사로 사용하고, 학생들은 책걸상도 없이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숭실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고 1957년 학교 건물을 세워 ‘상도동 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당시 배민수 이사장은 학교 재건을 두고 “모든 가시 울타리를 헤치는 감격이었다”고 표현했다.

국내 최초 PC도입 컴공교육 시작

숭실대는 서울 재건 이후 지난 70년간 국내 대학 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해 컴퓨터공학 교육을 시작했다. 전자계산학과(1970년), 중소기업대학원(1987년), 인공지능학과(1991년), 정보과학대학(1996년), IT대학(2005년)을 설립한 것도 국내 대학 중 숭실대가 처음이었다. 1954년 5개 학과, 200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숭실대는 현재 총 65개 학과(부)와 8개 대학원을 갖춘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숭실대는 한국 최초로 산학협력 모델을 도입했다. 1902년 평양 숭실 기계창(기계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공장)의 설립이 그 효시다. 산학협력 모델은 계속되고 있다. 숭실대는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출신 전문가를 겸임교원으로 채용했다. 또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교육을 운영하는 등 국내 굴지의 기업과 다양한 상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숭실대의 산학협력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숭실대는 지난 6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재직자 재교육형 계약학과인 첨단융합안전공학과를 설립했다. 첨단융합안전공학과는 스마트팩토리, 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산업 안전 분야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100여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숭실대는 1970년 최초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5월 LG유플러스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했다. 이후 매년 20명의 신입생을 선발해 정보보호학과 4년제 학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입학생들은 코드 관리 역량, 데이터 보안과 인공지능 보안 등 사이버 보안 영역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이론 및 실습 교육과정을 밟는다.

또 입학생 전원에게 2년간 전액 등록금과 생활지원금이 지원된다. 2학년을 마친 후 별도 전형을 거쳐 선발된 산학 장학생에게는 추가 지원금과 LG유플러스에 입사할 기회도 제공된다. 이는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4년제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사례다.

숭실대는 대학의 사회적 공헌 활동과 대학 내 소수 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 쏟고 있다. 한 학기 전체를 해외에서 봉사활동 하면 학점 인정과 체재비 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7+1 장기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해외봉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숭실대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실시한 실태 평가 중 장애 학생들의 교육 복지 지원 부문에서 4회 연속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자립준비청년과 북한이탈주민 출신 학생의 사회 적응과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장학금 또한 확대하고 있다.

숭실대는 대규모 채플의 한계를 극복하고 친근한 신앙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그룹 채플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 채플은 8명으로 구성된 소그룹 모임으로 진행된다. 수백 명이 한곳에 모이는 기존의 집합 예배에서 벗어난 형식이다.

채플에선 그룹별로 멘토가 배정돼 기독교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한다. 소그룹 채플은 매 학기 신입생 전체 인원인 3000여명이 참여해 93%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멘토 및 학우들과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학교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 교류


숭실대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 및 협력을 늘리고 있다. 학교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 ‘숭실글로벌리더스포럼’을 통해 지난해 3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초청했다. 이어 중국 일본 독일 등의 주한 외교 사절단 및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을 초청해 특강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 숭실대는 개교 127주년과 서울 세움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세움 당시 개설한 최초 5개 학과 합동 기념행사를 열었다.

숭실대는 오는 4일 소그룹 채플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연다. 평양 개교기념일인 오는 10일에는 기념 예배를 드리고 해외 기독교 유물 특별전도 개최한다. 이후 기념학술대회 ‘평양에서 서울로’와 형남음악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